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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면 위내시경 시간, 상세 후기

by 여백의 미학 2023. 5. 19.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을 할 때 너무 당연하게 수면 내시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위내시경만 진행하게 되어 비수면으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론은 검사 시간도 짧고, 생각보다 '참을만하다' 입니다.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을 하게 되니 예약 때부터 수면으로 할지 비수면으로 할지 물어봅니다. 혹시 비수면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해서 저도 비수면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약기운 때문에 몽롱한 것도 싫고 검사 후 운전도 해야 해서 비수면으로 예약했는데 막상 검사 전까지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걱정을 하다 하다 내가 못 참고 몸을 움직여서 내시경 검사 도구가 위에 구멍이라도 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답니다. 

 

건강검진 당일, 다른 검사들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으로 내시경 검사를 하러 갔습니다. 내시경검사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동의서를 작성하러 갔습니다. 짜 먹는 약을 1포 주는데 왠지 잘 먹어야 검사가 편할 것 같아 야무지게 쭉쭉 짜서 먹었어요. 나중에 보니 가스제거제라서 비수면과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동의서를 작성한 뒤 잠시 기다렸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비수면으로 검사받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병원 도착 후 본인 확인을 할 때부터 내시경 검사를 시작할 때까지 "비수면으로 하시네요?"라는 질문을 다섯 번쯤 들은 것 같습니다. 간호사분들이 확인차 질문을 하는 거겠지만 계속 물어보니 좀 불안하더라고요.  

 

검사실안에 들어가면 핸드폰을 끄고 바구니에 담은 뒤 침대에 옆으로 눕게 합니다. 다시 비수면 검사인걸 확인하며 예전에 해본 적이 있냐고 물어서 제가 "너무 힘들까요? 수면으로 할 걸 그랬나요?"라고 물었더니 간호사 분이 친절하게 비수면으로 하는 분들도 많고, 잠깐만 참으면 된다고 해주셨어요. 그리고는 목에 마취제를 뿌리면 훨씬 편할 거라고 하시며 약품을 입안에 칙칙 뿌려주십니다. 이때도 목 마취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입을 한 껏 크게 벌리고 있었습니다. 마취제를 뿌리면 금세 입안이며 목이 얼얼해지고 침도 잘 안 삼켜집니다. 그런 다음 검사요령에 대해 알려주세요. 

 

"삼키세요 하면 꿀꺽 삼키면 됩니다. 그 뒤에는 침도 삼키지 말고 줄줄 흘리세요.

계속 심호흡하시면 금방 끝날 겁니다. 침은 꼭 줄줄 흘리세요."

 

전 왼쪽으로 누웠었는데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거라며 오른손 손가락에 기구를 끼우고 왼손을 환자복 허리끈 안으로 넣어주셨습니다. 손을 묶어놓는 것 같아 또 무서워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오시고 개구기를 끼운 뒤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목으로 내시경 관을 넣어 "삼키세요! 삼키세요!"라고 다급하게 말하는데 제 딴에는 삼킨다고 하는데도 이게 잘 안되는지 삼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셨어요. "이제 넘어갔어요. 심호흡하고 침 삼키지 마세요"라고 해서 눈을 감고 숨만 쉬려고 했습니다. 내시경 관이 목 안을 지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게 다 느껴집니다. 그 순간은 진짜 괴롭고 이것만 빼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숨을 크게 쉬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트림이 계속 나옵니다. 그것도 진짜 큰소리로 트림이 나와서 놀랄 정도입니다. "트림 나와도 참으세요. 트림하면 위가 쪼그라들어서 잘 안 보입니다."라고 하는데 이게 참아지는 트림이 아닙니다. 내시경 관이 뱃속을 헤집다가 이제 올라오나 보다 싶었는데 "이제 끝나갑니다. 잘하고 있어요"라고는 빨리 안 끝나더라고요. 다시 안으로 밀어 넣는 듯하다가 점점 관이 올라오며 검사가 끝났습니다. 


검사가 끝났다고 하는데도 잠깐동안은 멍~ 합니다. 눈물 콧물이 다 나서 티슈를 잔뜩 빼주시더라고요. 티슈로 침도 닦고 코도 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잘 참았어요. 잘했어요"라고 계속 칭찬해 주시니 감사하더라고요. 바로 검사 결과를 듣고 내시경 사진도 확인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물로 가글을 하면 목에 했던 마취가 빨리 괜찮아진다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30분 뒤에 물을 마셔보고 괜찮으면 일반식을 해도 된다고 하시네요. 

 

내시경 검사를 끝내고 나오는 다른 분들을 보니 눈도 풀리고 약간씩 비틀거려서 좀비 같았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나왔을 텐데도 다시 소파에서 쉬게 합니다. 사람에 따라 금방 괜찮아지는 사람도 있고, 꽤 오랫동안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멍했던 정신도 금방 괜찮아지고 무사히 검사를 잘 마쳐서 기분도 좋았습니다. 뭔가 어려운 걸 해냈다는 뿌듯한 기분도 들었네요. 이렇게 비수면 위내시경 검사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수면 내시경을 할 때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 이라는 약을 쓰는데 이 약들이 부작용도 있고, 한참 동안은 멍하고 메슥거리는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검사 당일은 운전하지 말고, 중요한 결정도 뒤로 미루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제 친구는 오전에 검사하고 오후 늦게 괜찮아진 것 같아 운전을 했었는데 주차를 하며 백미러를 기둥에 박는 사고도 냈었어요. 우리가 살면서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내시경 검사를 10번도 넘게 할 텐데 그때마다 저런 약품들을 사용하는 게 과연 안전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에 반해 비수면 내시경은 검사 하는 동안은 너무 괴롭지만 바로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합니다. 또 실제로 내시경 관을 넣고 있는 시간은 3~4분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았어요. 시간을 재봐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관을 입에 넣는 순간 다 잊었네요. 결론은 비수면 위내시경은 걱정했던 것 보다는 참을만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위내시경만 할 때는 비수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대장내시경을 같이 할 때는 수면으로 진행해야겠지만요.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진짜 겁 많고 아픈 거 싫어하는 저도 비수면 내시경을 무사히 끝냈습니다. 위내시경을 앞두고 비수면으로 진행해 볼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도전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