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린이집을 찾을때 어린이집에서 책정한 급식비가 얼마인지 계산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우리 아이들의 급식비가 얼마로 책정되고 집행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최소한 어린이집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어린이집을 찾는 방법의 하나로 아이사랑 보육포털(childcare.go.kr)에서 어린이집의 기본 정보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오늘은 이 중 급식-간식재료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각 어린이집의 급간식재료비는 「예결산 등 회계」의 당해연도 세출예산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급간식재료비를 줄여 급식비로 칭하겠습니다.
왜 급식비가 중요할까요?
어린이집을 보내는 부모라면 당연히 우리 아이가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충분히 잘 먹고 오길 바랄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이집 운영 정도는 천차만별이라 자연드림, 한살림 등의 친환경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어린이집이 있는가 하면 동네 마트의 저녁에 마지막 세일하는 식재료들만 구입해 가는 곳도 있습니다. 팔다 팔다 남아서 세일에 들어간 식재료가 과연 신선할까요?
제가 아는 조리사 한 분은 일전에 일한 어린이집이 인원에 비해 식재료가 너무 작고, 메인 재료는 있어도 부재료가 하나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식단에 두부된장국이 있으면 된장이랑 두부는 있지만 맛을 내는 재료인 멸치, 다시마, 양파, 호박 등은 없는 것입니다. 물에 된장만 풀고 두부만 넣으면 식단은 준수했더라도 무슨 맛이 나겠습니까. 보통 보육교사들도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데 그 원의 선생님들은 아무도 밥을 먹지 않고 간식을 싸 오거나 해서 끼니를 때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가져가서 쓰기도 했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원장이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은 못 견디고 2주 만에 그만두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먹거리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는 원장은 교사든 아이든 상대를 존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어린이집을 찾을 때 그 어린이집의 급식비가 얼마인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집 최저 급식비 기준은 0~2세는 1일 1,900원, 3~5세는 2일 2,500원입니다. 그런데 이 급식비에는 1회 식사와 2회의 간식이 포함됩니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이긴 하지만 이 금액은 최저 기준이고 이보다 얼마나 더 급식단가를 잡는가 하는 것은 그 어린이집의 원장 재량입니다. 물론 소규모 어린이집은 예산 자체가 크지 않아 급식단가만 무한정 올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 급식비 기준에서 단 몇 백 원이라도 더 올린다면 그래도 아이들의 먹거리에 조금은 신경을 쓴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급식비만 높게 잡아놓고 식재료를 빼돌린다던지 음식을 만들어서 자기 집으로 가져간다던지 하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보이는 원장님들은 정말 소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급식단가 계산하기
그럼 원아 한 명당 급식단가가 얼마인지 함께 계산해 보겠습니다. 먼저 세출예산서의 급식-간식 재료비에 명시된 금액은 1년 치 예산입니다. 그리고 원아뿐만 아니라 보육교직원의 급식비도 포함됩니다. 간혹 보육교직원의 식비를 받는 곳도 있는데 이는 세입예산으로 들어가기에 세출예산을 볼 때는 고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A어린이집은 원장을 포함한 보육교직원이 10명, 원아수는 25명으로 예산상 급식비는 33,600,000원입니다. 33,600,000원을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분은 2,800,000원이고 이를 20로 나누면 하루 분은 140,000원입니다. (급식단가는 아이들이 등원한 날만 계산하기 때문에 보통 한 달분을 20일로 계산합니다.) 그러면 하루분 140,000원을 35명(교직원+원아)으로 나누어 1인 4,000원이라는 급식단가가 계산됩니다.
B어린이집은 보육교직원 9명, 원아수 30명이며, 예산상 급식비는 23,400,000원입니다. 위와 똑같이 계산하면 1인 2,500원이라는 급식단가가 계산됩니다.
A어린이집은 직장어린이집이고, B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으로 예시를 보여드리기 위해 이렇게 극명한 차이가 나는 두 곳을 비교했습니다. 직장어린이집은 회사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많으니 이렇게 급식단가를 높일 수 있었겠지만 막상 비교해보고 나니 씁쓸하기도 합니다. 직장어린이집은 보통 각 회사의 직원 자녀만 들어갈 수 있으니 부모가 좋은 회사를 다녀야 아이도 이렇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같은 유형의 어린이집끼리 비교해도 급식단가 차이는 있으니 우리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어린이집이 있다면 급식단가를 한 번쯤 계산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세 군데 어린이집 중에 어떤 어린이집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 급식비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중한 내 아이를 오랫동안 맡아줄 곳이니 좀 귀찮더라도 어린이집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따져보아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